GOING FURTHER TOGETHER. - GORE-TEX BRAND
우리 모두는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놀라운 잠재력을 끌어내고,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이태리 북동쪽에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이루는 알프스 산악지대인 돌로미티(Dolomites)로 원정 등반을 떠난 고어 코리아 직원을 포함 4명의 ‘팀고어’ 대원들의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도전기를 연재합니다. 자칭 암린이 부터 등반 전문가로 구성된 팀고어 대원들이 만들어가는 2024년 여름, 돌로미티의 뜨거웠던 현장을 기록합니다. <글, 사진 : 팀고어 고진아 대원>
-----------------------------
“우리 원정 갈까요?” 2023년 5월, 도봉산 요세미티 가는 길을 등반하고 내려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키곤 머리가 띵한 느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서둘러 말을 꺼냈다. “고작가 등반한지 얼마나 됐지? 올해로 10년째 입니다.” “벌써 그렇게 됐어? 김이사님은 얼마나 됐죠? 저는 시작한지 20년쯤 됐습니다. 창구도 20년, 나도 40년. 합이 90년이네. 오케이 그럼 다가오는 100주년 기념으로 가자 원정. 원정이 뭐 별거야. ”
원정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건 고어코리아 김노원 이사다. 그는 암벽 등반을 좋아한다. 손가락, 발가락 아픈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암벽 등반을 한다는 사람이 말이다) 언제든 불러(?)주기만 하면 즉시 출동할 만큼 장비도, 열정도 완벽하다. 원정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최원일 강사가 자신의 알프스 원정 경험담을 풀어 놓는다.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던 김창구 선배도 한 술 뜬다. “나도 20년 기념 등반 가고 싶어. 어디든 좋으니 일정 잡자고.” 다들 원정가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나 싶다. 그런데 가장 먼저 반겼던 김노원 이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알다시피 제가 가장 못하잖아요. 오늘도 거의 끌려 올라가다시피, 아니 죽을 힘을 다해 반칙까지 써가면서 올랐고요. 우리 중에 몸도 가장 크고 무겁고요. 말이 경력 20년 이지. 장롱면허나 다름 없는데, 설마 저 빼놓고 가는 건 아니죠? 아니 저도 갈 수 있는 곳인가요? 김노원 이사의 근심은 최원일 강사의 한 마디로 정리 되었다. “충분합니다. 부족한 건 지금부터 몸 만들고 운동하면 되고요. 훈련만이 살 길 입니다. 원래 원정은 그렇게 가는 겁니다. 안되면 어디 가서 실력 조금만 사오죠 뭐. 하하.”
<돌로미티 풍경>
원정지는 만장일치로 알프스 돌로미티로 정해졌다. 돌로미티는 최원일 강사가 두차례 원정을 다녀온 경험이 있고 알피니즘의 태동지인 알프스를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돌로미티는 1차 세계 대전 때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군의 최대 격전지였던 곳으로 지금도 암벽 곳곳에는 전쟁 중 참호로 이용한 동굴들이 남아 격전의 상흔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등반할 곳은 돌로미티 트리치메 디 라바레도 (Tre Cime Di Lavaredo)와 토파나(TOFANA), 친퀜토리(Cinque Torri)다.
원정이라니! 알프스라니! 돌로미티라니!
1년에 암벽 등반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몇 달이 안된다. 사계절 중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 장마 기간을 제외하면 1년 중에 등반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봄, 가을 몇 달의 주말과 공휴일이 전부다. 그 마저도 비나 바람이 없는 안전한 날이어야 한다. 이렇게 자연의 컨디션이 맞춰지면 다음은 *자일파트너의 컨디션과 스케줄을 맞춰야 한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등반 능력까지. 이것들의 삼지점이 잘 맞으면 등반을 하기에 최적의 상태가 된다. 세상에 이토록 섬세하고 까다로운 운동이 또 있을까. 이토록 서로의 존재를 오롯이느끼는 운동이 또 있을까. 로프 끝을 서로의 몸에 묶고 함께 등반을 한지 10년, 20년, 40년. 시절 인연이 맺어준 자일 파트너들과 TEAM GORE 라는 이름으로 알프스 돌로미티 등반 여행을 떠난다.
*자일 파티[Seil party] 로프를 함께 묶고 등반하는 등반 동료
**자일샤프트[Seilschaft] 자일을 연결해서 매는 파티(등반 동료)를 말한다.
<TEAM GORE, 돌로미티 원정팀, (왼쪽부터) 고진아, 최원일, 김창구, 김노원 >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암벽등반
누구 와도 함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고 할 수 없는 암벽등반
혼자 하는 것들이 많은 세상이다. 혼자서 먹는 밥은 이제 기본이고, 캠핑, 등산, 여행 등 혼자 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 새삼 낯선 풍경이 아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흔해졌지만 암벽 등반만큼은 예외다. 물론 프리 솔로 라는 영역도 있지만 그건 일반인의 영역이 아니기에 차치하고 제 아무리 등반을 잘해도 혼자 하는 혼등반은 없다. 어쩌면 혼자 못하는 것이 암벽의 매력이고 또 불편함(?)이다. 그래서 암벽의 난이도 보다 어려운 것이 자일파트너를 만나는 일이다. 엄마와 아기의 탯줄로 연결되듯 서로가 로프로 연결된 그 순간은 실력 이전에 교감이 우선이다. 혼자만 잘해도 혼자만 빨라도 어려운 것이 등반이다. 등반은 팀워크다. 팀워크의 기본은 실력과 더불어 나와 교감을 나누는 자일파트너다. 좋은 팀워크는 때론 난이도를 넘어선다.
TEAM GORE MEMBERS
<팀고어 원정 대장, 최원일 >
최원일 대장은 회사 산악회에서 등반을 시작한 뒤 40년 동안 등반을 해오고 있다. 회사원이자 코오롱 등산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원일 대장은 선수 시절에는 수없이 많은 국내외 암벽, 빙벽 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었고, 북한 금강산에 루트 개척을 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암벽, 빙벽 등반은 물론 스포츠 클라이밍, 볼더링도 수준급이다. 유쾌하고 친화력 좋은 최원일 대장의 등반 에피소드를 전부 들으려면 막걸리 수십 짝과 함께몇 날 며칠을 함께 해야 할 만큼 에피소드가 매우 다채롭다. 그는 두 번의 돌로미티 원정 경험이 있고 팀고어의 대장으로서 등반지 및 등반 루트를 선정하고 선등을 맡는다. 두번의 원정 경험으로 등반 팁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아우론조 산장에서 나오는 저녁과 와인을 맛있게 먹고 푹 자는게 팁이라고 한다. 결국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하나 보다.
<팀고어 대원, 김창구 >
김창구 대원은 20년전 인공외벽에서 사람들이 운동하는 것을 본 뒤 세상에 이런 것이 있구나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배우고 싶어 찾아간 곳이 최원일 대장이 운영하는 실내 암장이었다. 그 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원일 대장과 함께 다수의 해외 원정 등반, 삼성산, 설악산에 루트를 개척했고 현재도 최원일 대장과 로프를 묶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가 출중하여 등반을 할 때 자세가 정말 예술이다.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의 김창구 대원은 원정에 필요한 장비 준비와 팀고어의 마지막 등반자로 장비 수거 및 뒷정리를 하는 수고로움을 맡는다. 또한 요리 난이도가 상급이라 캠핑 기간 동안 어떤 요리를 해줄지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돌로미티 등반은 처음이지만 등반 걱정은 전혀 없는데 2주 동안 막걸리를 어떻게 참고 견뎌야 할지 그게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말한다.